♎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고, 침대에 닿아있던 등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꿈에 나올 만큼 충격적인 경험이기는 했지. 사이비종교 교인들한테 납치당해서 인신 공양 당할 뻔한 거잖아. 그런데 그 종교가 사이비가 아니어서 2차 충격.’ 하는 짓은 딱 사이비 종교쟁이지만 마신은 진짜로 있다. 사이비종교라는 ...
♎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곧 찾아올 죽음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마신 추종자들에게 붙잡힌 이상 그것도 너무 큰 꿈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감옥에 갇힌 건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인신 공양에 쓸 제물로 쓰기 위해 납치당해서였고, 그자들이 귀한 제물을 허투루 쓰지는 않을 터였다. 바...
철학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었으므로 너무 골치 아픈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어두기로 했다. 오늘치 소식을 다 전해준 아르케가 다른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내 테이블을 떠났고, 음유시인은 더 듣기 편한 가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본격적으로 오늘의 메뉴를 맛보았다. 이 여관 겸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는 늘 두 가지다. 하나는 엘칸 용으로 늘 조금씩 다른 샐러드,...
3. 마을급 은퇴 용사 〈tip〉 생산계 스킬의 숙련도는 스킬 사용을 반복할수록 더 높아지지만,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레시피를 습득해야 합니다. ♎ 참고로 말하자면 포도주는 맛있었다. 그러나 하룻밤 더 자고 나서도 여전히 그 이층집이었기 때문에, 나는 2회차 플레이의 방향성을 정했다. 이름하여 마을급 은퇴 용사의 요리 스킬 마스터 플랜...
나는 채소 상인에게 들러서 스튜에 넣을 재료를 마저 사면서도 계속 고뇌했다. 내 역할이 목숨 바쳐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라니,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니, ‘인류를 구하는’ 부분만 보자면 그렇게까지 큰 불만은 없기도 했다. 뭐라더라…. 아무튼 그 대단한 수식어가 붙는 일들을 내가 실제로 한다? 그런다고 상상해보면 가슴 뛰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
당황과 분노 사이를 오가다 보니 도로 기운이 빠졌다. 팬케이크를 다 먹은 나는 지금껏 외면하던 왼손등의 문양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다소 장식적인 디테일이 추가되어 있지만 그래도 다른 것으로 오해하기는 힘든 별 무늬. 공식 명칭은 아마 성흔(星痕, stargmata)이던가. 하지만 나는 발음이 같은 종교 용어보다 다른 걸 더 자주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2. 2회차 ☆기억하세요. 당신의 선택이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꿉니다.☆ ♎ 나는 약간의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간밤에 무언가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기도 했고, 어째서인지 슬프고 미안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누구한테 미안한 거였지?’ 이런 기억은 잠이 깨면 싹 달아나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더 고민...
0. 기억 내가 죽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쁜 숨과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감촉, 녹슬어 쓸모를 잃은 쇳덩이처럼 무거워진 몸. 너와 함께 걷고, 또 달리며 세상과 마주하던 시간 따위는 영영 잊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너. 너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슬퍼 보이기도 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았는데, 나는 그게 참 너답다고 느꼈어....
‘수다스러운 장작’은 적당히 어두침침하고, 적당히 시끄럽고, 제법 괜찮은 술과 그럭저럭 먹을 만한 음식을 파는 매우 평범한 주점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가끔 찾아오는 손님, ‘재담꾼 릴’은 그보다는 덜 평범한 사람이지요. 주점의 손님으로서 이 사람의 가장 특이한 점은, 릴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자기가 먹고 마신 음식값과 술값을 직접 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 작중에서 왕자가 부르는 노래는 이 노래의 첫 소절을 개사했습니다. 🔱 언딘이 다시 그 해변으로 찾아갔을 때, 왕자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드높은 저 하늘에서 빛나는 달이여, 당신은 저 수평선 끝까지 빛을 보내고, 하늘을 가로지르며 저 바다를 내려다보십니다. 달이여, 잠시만 그 자리에 머물러, 제 ...
언딘은 자신이 한때 아끼던 정부를 진주 발이 드리운 휴게실로 데려갔다. 여느 때였다면 긴말 없이 바로 침대에 눕히거나,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옆구리에 끼고 앉아서 술 따르며 아양이나 떨게 했을 것이다. 따라온 남자도 그런 상황을 기대하는 듯, 황녀의 팔에 매달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장신구 하나 달지 않아도 그 연회장에서 당신이 가장 빛나 보였다느...
낙뢰가 제일 먼저 파괴한 것은 범선의 주돛대(mainmast)였다. 앞돛대(foremast)에 기대어 있던 왕자는 천둥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고, 그 덕분에 두 번째 낙뢰를 피했다. 주돛대가 먼저 쓰러지며 갑판을 덮쳤고, 앞돛대와 뒤돛대(mizzenmast)가 차례로 그 뒤를 따랐다. 낙뢰는 이미 기동력을 잃은 배를 대단히 악의적으로 두들겨댔...
용과 마법, 모험과 환상,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를 씁니다. 출간작 🐉드라고의 기사🐉, ⚡회색 탑의 마법사⚡, 외전집 🌨어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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