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혈검이 손질한 재료를 철과(鐵鍋)에 차례차례 집어넣고 볶았다. 따로 볶아서 잠시 빼놓은 새알이 다른 재료와 도로 합류할 때까지, 혜령은 쇠솥이 춤추는 광경을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간장과 소금, 참기름으로 간을 맞추는 게 마지막 단계였다. 주하가 완성한 요리를 그릇에 담았다. 기름을 먹은 버섯과 새알의 표면에서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돌았다. 혜령은 ...
“이제는 나도 설명을 들어야겠는데, 대체 뭘 할 생각이지?” 셰본이 물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어둠숲에서 이미 큰코다친 적 있었으므로, 나는 신중하게 답했다. “첫째로는, 단련 그 자체가 목표야.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에는 너도 동의했잖아. 그러려면 나한테 싸움 기술을 가르쳐...
♎ 나는 계약의 세부 사항을 몇 가지 더 확인한 뒤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종족이 열 가지나 있어서일까, 이곳 사람들은 나무나 뼈로 만든 도장보다 손도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셰본과 함께 복도로 나온 뒤, 나는 민망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농담했다. “휴, 내 연기 괜찮았어?”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아니, 이미 다 들은 것 같다.” 그놈...
♎ 어쩌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같은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잠시 설명해야겠다. 내게 그 일을 맡긴 의뢰인을 만나기에 앞서, 나를 따라오려는 동료들을 황금 그리핀 여관의 지배인이 제지했다. “죄송하지만 동료분들께서는 여기 계셔야겠습니다.” “나 혼자서만 따라와라? 미안하지만 이쪽에서도, 누군지도 모르는 의뢰인을 그렇게까지 신뢰하지는 못합니다.”...
12. 계약은 신중히 〈tip〉 놀 전사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무기를 맡긴다는 것은 가장 큰 경의의 표현입니다. ♎ 남은 하루 동안 충분히 휴식하고 보급을 마친 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어둠숲을 떠났다. “잘 다녀와요!” “선물 사 와!” 배웅하던 사람 중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외친 말에 스테노가 피식 웃었다. “놀러 가는 줄 아니?” 말은 그렇게 했...
두 사람과 헤어진 뒤, 스테노가 내게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부러우면 너도―” “부러워서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말꼬리를 잡아채자 스테노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것참, 굳이 왜 고생길을 자처하는지.”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주워섬겼다. “우리한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다르마처럼 그런 문제는 나중에...
나는 되묻기 전에 짧게 숨을 골랐다. “죽음을 건넌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죠?” “미안하다. 내게 허락된 말은 여기까지구나.” 대현자가 그 푸른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긴 건, 이번에는 확실히 동정심일지도. “그래도 계속 가겠다면, 예정된 미래를 바꿀 수는 없고요.” “내 능력으로 볼 수 있는 미래는 그렇다.” “그렇다면야.” 나는 ...
정말로 금시초문인 데다, 나는 저 대현자라는 사람을 인게임에서 만나본 적도 없었다. 나는 동료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볼 때쯤에야 허공을 들여다보는 일을 겨우 멈췄다. “어, 그러니까…. 저 혼자만요?” “급한 일은 아니니 마저 식사하고, 스테노가 데려다주면 되겠지. 다른 사람은 따로 언급하지 않으셨다.” ‘이모님’이 전언을 남기고 사라진 뒤, 나는 퀘스트...
⛰ 주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믿어주셔서 탈이라는 거군요.” 자신이 지금껏 해온 비행(非行)을 설명하느라 얼굴이 홧홧해진 혜령이 답했다. “못 믿는다고 생각했는데요. 사고 치는 아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실력은, 그리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사실 역시도 믿어주신다는 말 아닙니까?” 혜령은 이제 또 다른 의미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이렇게 사려 깊게 ...
그러나 뱉은 직후에는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귀로 듣기 황당하다고 해서, 저분께서 참담한 말을 다시 입에 담게 할 수는 없다.’ 주하는 재빨리 덧붙였다. “아니,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정신으로 입에 담을 말은 아니군요.” 말하며 나무꾼을 매섭게 노려보자 남자가 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대로 달아나려고 시도하더라도 붙잡...
《2회차 플레이어의 트루 엔딩》 2부 첫 화를 조아라와 포스타입에 업로드하였습니다. 딜리헙 연재분이 비공개 처리된 이유에 관해서는 공지사항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더 일찍 돌아오고 싶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제가 허리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불상사(여러 건)와 딜리헙 개악, 예정에 없던 이사 같은 사건 사고가 더 있기도...
0~3챕터 지룡은 이동하거나 자는 시간 외에 거의 온종일 먹습니다. 그러니 드래곤 푸어가 되지 않으려면 자가용 구입은 역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4. 피할 수 없는 퀘스트 주인공과 동료들 외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조연 캐릭터의 이름은 별 이름에서 따온 경우가 많은데, 다니카는 슬라브어로 ‘샛별’이라는 뜻입니다.2회플 세계관에서 이종연애는 금기가 아니지만...
용과 마법, 모험과 환상,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를 씁니다. 출간작 🐉드라고의 기사🐉, ⚡회색 탑의 마법사⚡, 외전집 🌨어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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